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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AU/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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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2화 2. 현자의 돌 도시의 구역들 중 가장 이질적인 구역을 꼽자면 당연하게도 중심구역이다. 시청과 철도 등 여러가지 시설들이 있는 C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나뉜 4개의 구역과 그 구역 내에 빽빽히 들어찬 거주용 건물들. 그 건물들 안을 가득 채운 사람이 사는 방들. 거주지라는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곳이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음에도 사람이 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이러니했다. 이 도시의 시장은 상징적인 존재였다. 선대 시장들이 차례차례 쌓아올린 체제는 자리에 굳어져 제 역할을 잘 하고 있었다. 각별은 그 자리에 가만히 버티고 서서 간간히 발생하는 문제에 관련된 서류를 확인하고 도장 몇 번 찍기만 하면 되었다. 갑작스럽게,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시장직에 올랐음에도 별 잡음이 없었던 이유였..
[스팀펑크] 1화 1. 시계 속에 들어있는 건 태엽 만이 아니지 갓 떠오르는 주홍빛 태양은 이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자연의 흔적이었다. 길바닥 블럭을 뚫고 나온 풀은 마차바퀴에 금방 짓눌려버렸고 도시 끝에 붙어있는 바다는 정박한 배들에 가려 검게만 보였다. 하늘 위는 언제나 회빛이었고 간간히 녹슨 파이프들이 눈에 띄었다. 녹음이 우거진 숲이나 흰 눈이 무릎까지 덮인 설산의 풍경은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했다. 이 도시에서 그나마 닮은 것을 찾는다면 노란 모래알갱이들이 흩어지는 사막이었다. 모래알갱이가 아니라, 버려진 고철조각들이라는 건 좀 달랐지만. 그리고 그런 풍경도 중심구역에서는 거의 볼 일이 없었다. 고철사막은 기타 구역이라고 대충 뭉뚱그려 분류되는, 도시 맨 외곽에나 존재했다. 그 틈에서도 사는 사람이 있다는..